[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131. 살면서 살아가면서
[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131. 살면서 살아가면서
  • 전재민 시인
  • 승인 2023.09.18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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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것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죄인 같은 때가 있다

배우지 못한 것이
죄가 아니다
하지만 죄인보다 힘들 때가 있다

돈 때문에 사람 죽여 죄 짓고
사랑에 눈 멀어
보지 못한 수많은 불같은 날들

피 같은 송진 흘리면서
벼랑 위에 살아 남은 소나무
다르다고 소리치면 칠수록
같아지는 아버지와 아들처럼.
 







#작가의 변

“나도 국수 줘.”
밥솥 밑에 남은 밥에다 두부 조각 몇 개 있는 국을 말아 아내가 줘서 나 먼저 먹었다.
물 가지러 주방에 갔다가 아들은 국수를 먹는 걸 보았다. 그래서 내뱉은 말인데 아내가 화를 버럭 냈다. 또 그 소리 하면 더 이상 밥 안 준다고 했지. 애들처럼 먹는 거 갖고 셈이나 놀고. 아버지가 돼서 말이야 하면서 내가 닭고기 반찬도 애들하고 같이 챙겨줘도 난 안 먹는데 말야.“
아내의 일장 연설을 듣는데, 왜 이리 슬퍼지지. 술, 담배를 거의 안 하니 등산갈 때 쓰는 차비와 용돈 외엔 쓴 돈이 거의 없고, 요즘은 아프니 등산도 못 다닌다. 일하러 다닐 때도 버스비나 차 기름값 이외는 별로 쓰질 않았다. 요즘엔 아파서 일을 못 해 정부 저소득 지원과 아내 은퇴 연금으로 생활 중이다.

당연히 생활비를 아껴야 하지만 애들 먹는 것은 먼저 챙기는 아내. 상하거나 벌레 먹은 과일 아니면 너무 익은 바나나는 내 차지고 애들에겐 멀쩡한 걸 주려 한다.

아이티에선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진흙 쿠키를 먹고 필리핀 빈민가에선 쌀 값이 올라 정부미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고 하루 한 끼를 먹는 사람들이 많다더라고 했더니, 그래서 우리 보고 진흙 쿠키 먹으라고 그런다. 한국에서도 쪽방촌 사람들이 무료 급식에 의지해 살아간다고 한다.

가족이라면 없으면 없는 대로 죽을 먹게 되면 다 같이 죽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빠니까 대충 먹고, 우울증이 심해 헛헛해서 과자나 과일들을 찾아 뭐든 먹으려 하면 몸에도 안 좋은 걸 애들 먹으려 사놓은 스낵을 먹는다고 애들 보는 데서 야단친다.

돈을 못 버는 가장은 가장의 권위 같은 건 없어진 지 오래다. 그래도 먹을 걸로 차별받으면 정말 서럽다.

어릴 때 자주 얻어먹던 친구 집에서 점심때가 되어 재민아 밥 먹었니 하는 데 무심코 먹었다고 말하고, 배에서 꼬르륵하며 침을 넘기는 울대 소리가 나자 친구 엄마가 먹었어도 조금만 더 먹으라 했다. 친구 엄마가 내가 체면 차리는 걸 안 것이다.

나비가 하도 빨리 날아서 사진을 찍기 어렵다. 잠자리도 빨리 날아 사진 찍기가 힘들다. 밴쿠버엔 매미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내 귀에선 365일 매미 소리가 난다. 나비가 몇 년의 유충 시간을 견디고 나비가 되어 오래 살지 못하는 것은 나비가 되면서 입이 없어져 먹지를 못하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본 바로는 나비도 벌처럼 꽃가루를 묻혀서 벌처럼 먹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다. 꽃이 있는 곳엔 벌도 있으니까? 그런데 입이 없어 먹지를 못한다니. 그리고 짝을 만나 짝짓기를 통해 2세를 생산하고 죽는다고 한다.

하루살이도 이틀을 사는 하루살이도 있고 한 시간을 살고 죽는 하루살이도 있다고 한다. 그들의 시간은 정말 짧은 것이다. 오래된 나무는 수백 년 아니 천년을 사는 나무도 있다. 그 생에 비하면 사람은 정말 덧없이 빨리 죽는다고 생각했다가 알에서 부화한 늑대거미가 어미 등과 몸에 딱 달라붙어 있다가 어미의 체액을 빨아 먹고 어미는 죽어 간다는 영상을 보면서 그 수많은 자식을 위해 자신을 몸을 내던지는 숭고함에 다시 생명과 삶을 생각한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사람은 모든 동물보다 뛰어나다고 했는데 사실 인간의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이 필요한 존재가 아닌 불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먹고 자고 입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해야 한다. 그런데 사회가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 세상은 여왕개미처럼 일은 안 하면 다른 인간이 일한 노력을 가로채는 사람들이 늘어 간다.

아무리 일해도 제 식구 살아갈 공간조차 마련하기 힘든 세상이 되어 가는 곳이 도시다. 과학은 발달해서 달을 가고 우주 탐사는 계속 이어진다. 평생을 캐나다 중부 시골 동네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영국에서 이민을 온 어떤 백인 아줌마는 나에게 밴쿠버는 어떻게 생겼고 거기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궁금해했었다. 어떤 사람은 세계 여행을 하면서 유튜브로 돈도 번다. 어떤 이는 밖의 세상이 무서워 집안에서 일 년 내내 밖에 나가지도 않고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인간은 동물처럼 자기가 사는 집을 짓고 사는 능력을 지녔다. 아니면 동굴에서 다른 동물을 내쫓고 살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고급스럽고 튼튼한 집을 짓고 살려고 하다 보니 집은 마천루처럼 높아지고 성경에 나오는 바벨 탑처럼 언젠가 무너질 탑을 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지금은 형체도 찾기 힘든 바벨 탑도 한때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노동자가 상상하지도 못하고 만져 본 적도 없는 가격의 돈을 가져야 집을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임대하는 집이 싸지도 않다. 한 사람이 수십, 수백 채의 집을 사서 임대를 주고 일도 안 하고 서민 등골을 빨아 먹는 부르주아가 늘어만 간다. 그러면 그럴수록 신음하는 서민들은 늘어 가고 일을 해도 희망이 없는 사람들은 약탈자와 부랑자가 되어 간다. 과거 왕조 시대에도 양반과 나라가 수탈해 간 양면들의 곡식과 재물이 많아서 결국은 떠돌이 부랑자가 되고 도적이 되어 사회가 혼란스럽게 되고 혁명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남미에선 마약으로 나라마다 공권력이 약해지고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나라가 많다. 갱단이 장악한 지역도 늘어 난다. 사람들은 살려고 갱단에 들어가고 죽어 간다.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에서 나만 우주에서 툭 떨어진 것 같다. 많은 차가 왔다 갔다 하는 도록에서 나는 이방인처럼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들은 신발을 벗고 선 나를 쳐다본다. 신호등에서 기다리는데 어린 초등학생이 내 발만 쳐다본다. 더 어린아이는 할머니한테 저 할아버지 신발도 없어 한다. 할머니 왈, 베어 풋으로 걷는 거라고 말해 준다. 말을 해줘도 아직 이해하지 못한 아이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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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것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죄인 같은 때가 있다

배우지 못한 것이
죄가 아니다
하지만 죄인보다 힘들 때가 있다

돈 때문에 사람 죽여 죄 짓고
사랑에 눈 멀어
보지 못한 수많은 불같은 날들

피 같은 송진 흘리면서
벼랑 위에 살아 남은 소나무
다르다고 소리치면 칠수록
같아지는 아버지와 아들처럼.
 





 

돈 없는 것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죄인 같은 때가 있다

배우지 못한 것이
죄가 아니다
하지만 죄인보다 힘들 때가 있다

돈 때문에 사람 죽여 죄 짓고
사랑에 눈 멀어
보지 못한 수많은 불같은 날들

피 같은 송진 흘리면서
벼랑 위에 살아 남은 소나무
다르다고 소리치면 칠수록
같아지는 아버지와 아들처럼.
 







#작가의 변

“나도 국수 줘.”
밥솥 밑에 남은 밥에다 두부 조각 몇 개 있는 국을 말아 아내가 줘서 나 먼저 먹었다.
물 가지러 주방에 갔다가 아들은 국수를 먹는 걸 보았다. 그래서 내뱉은 말인데 아내가 화를 버럭 냈다. 또 그 소리 하면 더 이상 밥 안 준다고 했지. 애들처럼 먹는 거 갖고 셈이나 놀고. 아버지가 돼서 말이야 하면서 내가 닭고기 반찬도 애들하고 같이 챙겨줘도 난 안 먹는데 말야.“
아내의 일장 연설을 듣는데, 왜 이리 슬퍼지지. 술, 담배를 거의 안 하니 등산갈 때 쓰는 차비와 용돈 외엔 쓴 돈이 거의 없고, 요즘은 아프니 등산도 못 다닌다. 일하러 다닐 때도 버스비나 차 기름값 이외는 별로 쓰질 않았다. 요즘엔 아파서 일을 못 해 정부 저소득 지원과 아내 은퇴 연금으로 생활 중이다.

당연히 생활비를 아껴야 하지만 애들 먹는 것은 먼저 챙기는 아내. 상하거나 벌레 먹은 과일 아니면 너무 익은 바나나는 내 차지고 애들에겐 멀쩡한 걸 주려 한다.

아이티에선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진흙 쿠키를 먹고 필리핀 빈민가에선 쌀 값이 올라 정부미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고 하루 한 끼를 먹는 사람들이 많다더라고 했더니, 그래서 우리 보고 진흙 쿠키 먹으라고 그런다. 한국에서도 쪽방촌 사람들이 무료 급식에 의지해 살아간다고 한다.

가족이라면 없으면 없는 대로 죽을 먹게 되면 다 같이 죽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빠니까 대충 먹고, 우울증이 심해 헛헛해서 과자나 과일들을 찾아 뭐든 먹으려 하면 몸에도 안 좋은 걸 애들 먹으려 사놓은 스낵을 먹는다고 애들 보는 데서 야단친다.

돈을 못 버는 가장은 가장의 권위 같은 건 없어진 지 오래다. 그래도 먹을 걸로 차별받으면 정말 서럽다.

어릴 때 자주 얻어먹던 친구 집에서 점심때가 되어 재민아 밥 먹었니 하는 데 무심코 먹었다고 말하고, 배에서 꼬르륵하며 침을 넘기는 울대 소리가 나자 친구 엄마가 먹었어도 조금만 더 먹으라 했다. 친구 엄마가 내가 체면 차리는 걸 안 것이다.

나비가 하도 빨리 날아서 사진을 찍기 어렵다. 잠자리도 빨리 날아 사진 찍기가 힘들다. 밴쿠버엔 매미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내 귀에선 365일 매미 소리가 난다. 나비가 몇 년의 유충 시간을 견디고 나비가 되어 오래 살지 못하는 것은 나비가 되면서 입이 없어져 먹지를 못하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본 바로는 나비도 벌처럼 꽃가루를 묻혀서 벌처럼 먹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다. 꽃이 있는 곳엔 벌도 있으니까? 그런데 입이 없어 먹지를 못한다니. 그리고 짝을 만나 짝짓기를 통해 2세를 생산하고 죽는다고 한다.

하루살이도 이틀을 사는 하루살이도 있고 한 시간을 살고 죽는 하루살이도 있다고 한다. 그들의 시간은 정말 짧은 것이다. 오래된 나무는 수백 년 아니 천년을 사는 나무도 있다. 그 생에 비하면 사람은 정말 덧없이 빨리 죽는다고 생각했다가 알에서 부화한 늑대거미가 어미 등과 몸에 딱 달라붙어 있다가 어미의 체액을 빨아 먹고 어미는 죽어 간다는 영상을 보면서 그 수많은 자식을 위해 자신을 몸을 내던지는 숭고함에 다시 생명과 삶을 생각한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사람은 모든 동물보다 뛰어나다고 했는데 사실 인간의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이 필요한 존재가 아닌 불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먹고 자고 입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해야 한다. 그런데 사회가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 세상은 여왕개미처럼 일은 안 하면 다른 인간이 일한 노력을 가로채는 사람들이 늘어 간다.

아무리 일해도 제 식구 살아갈 공간조차 마련하기 힘든 세상이 되어 가는 곳이 도시다. 과학은 발달해서 달을 가고 우주 탐사는 계속 이어진다. 평생을 캐나다 중부 시골 동네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영국에서 이민을 온 어떤 백인 아줌마는 나에게 밴쿠버는 어떻게 생겼고 거기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궁금해했었다. 어떤 사람은 세계 여행을 하면서 유튜브로 돈도 번다. 어떤 이는 밖의 세상이 무서워 집안에서 일 년 내내 밖에 나가지도 않고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인간은 동물처럼 자기가 사는 집을 짓고 사는 능력을 지녔다. 아니면 동굴에서 다른 동물을 내쫓고 살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고급스럽고 튼튼한 집을 짓고 살려고 하다 보니 집은 마천루처럼 높아지고 성경에 나오는 바벨 탑처럼 언젠가 무너질 탑을 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지금은 형체도 찾기 힘든 바벨 탑도 한때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노동자가 상상하지도 못하고 만져 본 적도 없는 가격의 돈을 가져야 집을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임대하는 집이 싸지도 않다. 한 사람이 수십, 수백 채의 집을 사서 임대를 주고 일도 안 하고 서민 등골을 빨아 먹는 부르주아가 늘어만 간다. 그러면 그럴수록 신음하는 서민들은 늘어 가고 일을 해도 희망이 없는 사람들은 약탈자와 부랑자가 되어 간다. 과거 왕조 시대에도 양반과 나라가 수탈해 간 양면들의 곡식과 재물이 많아서 결국은 떠돌이 부랑자가 되고 도적이 되어 사회가 혼란스럽게 되고 혁명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남미에선 마약으로 나라마다 공권력이 약해지고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나라가 많다. 갱단이 장악한 지역도 늘어 난다. 사람들은 살려고 갱단에 들어가고 죽어 간다.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에서 나만 우주에서 툭 떨어진 것 같다. 많은 차가 왔다 갔다 하는 도록에서 나는 이방인처럼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들은 신발을 벗고 선 나를 쳐다본다. 신호등에서 기다리는데 어린 초등학생이 내 발만 쳐다본다. 더 어린아이는 할머니한테 저 할아버지 신발도 없어 한다. 할머니 왈, 베어 풋으로 걷는 거라고 말해 준다. 말을 해줘도 아직 이해하지 못한 아이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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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변

“나도 국수 줘.”
밥솥 밑에 남은 밥에다 두부 조각 몇 개 있는 국을 말아 아내가 줘서 나 먼저 먹었다.
물 가지러 주방에 갔다가 아들은 국수를 먹는 걸 보았다. 그래서 내뱉은 말인데 아내가 화를 버럭 냈다. 또 그 소리 하면 더 이상 밥 안 준다고 했지. 애들처럼 먹는 거 갖고 셈이나 놀고. 아버지가 돼서 말이야 하면서 내가 닭고기 반찬도 애들하고 같이 챙겨줘도 난 안 먹는데 말야.“
아내의 일장 연설을 듣는데, 왜 이리 슬퍼지지. 술, 담배를 거의 안 하니 등산갈 때 쓰는 차비와 용돈 외엔 쓴 돈이 거의 없고, 요즘은 아프니 등산도 못 다닌다. 일하러 다닐 때도 버스비나 차 기름값 이외는 별로 쓰질 않았다. 요즘엔 아파서 일을 못 해 정부 저소득 지원과 아내 은퇴 연금으로 생활 중이다.

당연히 생활비를 아껴야 하지만 애들 먹는 것은 먼저 챙기는 아내. 상하거나 벌레 먹은 과일 아니면 너무 익은 바나나는 내 차지고 애들에겐 멀쩡한 걸 주려 한다.

아이티에선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진흙 쿠키를 먹고 필리핀 빈민가에선 쌀 값이 올라 정부미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고 하루 한 끼를 먹는 사람들이 많다더라고 했더니, 그래서 우리 보고 진흙 쿠키 먹으라고 그런다. 한국에서도 쪽방촌 사람들이 무료 급식에 의지해 살아간다고 한다.

가족이라면 없으면 없는 대로 죽을 먹게 되면 다 같이 죽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빠니까 대충 먹고, 우울증이 심해 헛헛해서 과자나 과일들을 찾아 뭐든 먹으려 하면 몸에도 안 좋은 걸 애들 먹으려 사놓은 스낵을 먹는다고 애들 보는 데서 야단친다.

돈을 못 버는 가장은 가장의 권위 같은 건 없어진 지 오래다. 그래도 먹을 걸로 차별받으면 정말 서럽다.

어릴 때 자주 얻어먹던 친구 집에서 점심때가 되어 재민아 밥 먹었니 하는 데 무심코 먹었다고 말하고, 배에서 꼬르륵하며 침을 넘기는 울대 소리가 나자 친구 엄마가 먹었어도 조금만 더 먹으라 했다. 친구 엄마가 내가 체면 차리는 걸 안 것이다.

나비가 하도 빨리 날아서 사진을 찍기 어렵다. 잠자리도 빨리 날아 사진 찍기가 힘들다. 밴쿠버엔 매미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내 귀에선 365일 매미 소리가 난다. 나비가 몇 년의 유충 시간을 견디고 나비가 되어 오래 살지 못하는 것은 나비가 되면서 입이 없어져 먹지를 못하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본 바로는 나비도 벌처럼 꽃가루를 묻혀서 벌처럼 먹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다. 꽃이 있는 곳엔 벌도 있으니까? 그런데 입이 없어 먹지를 못한다니. 그리고 짝을 만나 짝짓기를 통해 2세를 생산하고 죽는다고 한다.

하루살이도 이틀을 사는 하루살이도 있고 한 시간을 살고 죽는 하루살이도 있다고 한다. 그들의 시간은 정말 짧은 것이다. 오래된 나무는 수백 년 아니 천년을 사는 나무도 있다. 그 생에 비하면 사람은 정말 덧없이 빨리 죽는다고 생각했다가 알에서 부화한 늑대거미가 어미 등과 몸에 딱 달라붙어 있다가 어미의 체액을 빨아 먹고 어미는 죽어 간다는 영상을 보면서 그 수많은 자식을 위해 자신을 몸을 내던지는 숭고함에 다시 생명과 삶을 생각한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사람은 모든 동물보다 뛰어나다고 했는데 사실 인간의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이 필요한 존재가 아닌 불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먹고 자고 입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해야 한다. 그런데 사회가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 세상은 여왕개미처럼 일은 안 하면 다른 인간이 일한 노력을 가로채는 사람들이 늘어 간다.

아무리 일해도 제 식구 살아갈 공간조차 마련하기 힘든 세상이 되어 가는 곳이 도시다. 과학은 발달해서 달을 가고 우주 탐사는 계속 이어진다. 평생을 캐나다 중부 시골 동네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영국에서 이민을 온 어떤 백인 아줌마는 나에게 밴쿠버는 어떻게 생겼고 거기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궁금해했었다. 어떤 사람은 세계 여행을 하면서 유튜브로 돈도 번다. 어떤 이는 밖의 세상이 무서워 집안에서 일 년 내내 밖에 나가지도 않고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인간은 동물처럼 자기가 사는 집을 짓고 사는 능력을 지녔다. 아니면 동굴에서 다른 동물을 내쫓고 살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고급스럽고 튼튼한 집을 짓고 살려고 하다 보니 집은 마천루처럼 높아지고 성경에 나오는 바벨 탑처럼 언젠가 무너질 탑을 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지금은 형체도 찾기 힘든 바벨 탑도 한때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노동자가 상상하지도 못하고 만져 본 적도 없는 가격의 돈을 가져야 집을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임대하는 집이 싸지도 않다. 한 사람이 수십, 수백 채의 집을 사서 임대를 주고 일도 안 하고 서민 등골을 빨아 먹는 부르주아가 늘어만 간다. 그러면 그럴수록 신음하는 서민들은 늘어 가고 일을 해도 희망이 없는 사람들은 약탈자와 부랑자가 되어 간다. 과거 왕조 시대에도 양반과 나라가 수탈해 간 양면들의 곡식과 재물이 많아서 결국은 떠돌이 부랑자가 되고 도적이 되어 사회가 혼란스럽게 되고 혁명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남미에선 마약으로 나라마다 공권력이 약해지고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나라가 많다. 갱단이 장악한 지역도 늘어 난다. 사람들은 살려고 갱단에 들어가고 죽어 간다.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에서 나만 우주에서 툭 떨어진 것 같다. 많은 차가 왔다 갔다 하는 도록에서 나는 이방인처럼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들은 신발을 벗고 선 나를 쳐다본다. 신호등에서 기다리는데 어린 초등학생이 내 발만 쳐다본다. 더 어린아이는 할머니한테 저 할아버지 신발도 없어 한다. 할머니 왈, 베어 풋으로 걷는 거라고 말해 준다. 말을 해줘도 아직 이해하지 못한 아이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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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것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죄인 같은 때가 있다

배우지 못한 것이
죄가 아니다
하지만 죄인보다 힘들 때가 있다

돈 때문에 사람 죽여 죄 짓고
사랑에 눈 멀어
보지 못한 수많은 불같은 날들

피 같은 송진 흘리면서
벼랑 위에 살아 남은 소나무
다르다고 소리치면 칠수록
같아지는 아버지와 아들처럼.
 







#작가의 변

“나도 국수 줘.”
밥솥 밑에 남은 밥에다 두부 조각 몇 개 있는 국을 말아 아내가 줘서 나 먼저 먹었다.
물 가지러 주방에 갔다가 아들은 국수를 먹는 걸 보았다. 그래서 내뱉은 말인데 아내가 화를 버럭 냈다. 또 그 소리 하면 더 이상 밥 안 준다고 했지. 애들처럼 먹는 거 갖고 셈이나 놀고. 아버지가 돼서 말이야 하면서 내가 닭고기 반찬도 애들하고 같이 챙겨줘도 난 안 먹는데 말야.“
아내의 일장 연설을 듣는데, 왜 이리 슬퍼지지. 술, 담배를 거의 안 하니 등산갈 때 쓰는 차비와 용돈 외엔 쓴 돈이 거의 없고, 요즘은 아프니 등산도 못 다닌다. 일하러 다닐 때도 버스비나 차 기름값 이외는 별로 쓰질 않았다. 요즘엔 아파서 일을 못 해 정부 저소득 지원과 아내 은퇴 연금으로 생활 중이다.

당연히 생활비를 아껴야 하지만 애들 먹는 것은 먼저 챙기는 아내. 상하거나 벌레 먹은 과일 아니면 너무 익은 바나나는 내 차지고 애들에겐 멀쩡한 걸 주려 한다.

아이티에선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진흙 쿠키를 먹고 필리핀 빈민가에선 쌀 값이 올라 정부미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고 하루 한 끼를 먹는 사람들이 많다더라고 했더니, 그래서 우리 보고 진흙 쿠키 먹으라고 그런다. 한국에서도 쪽방촌 사람들이 무료 급식에 의지해 살아간다고 한다.

가족이라면 없으면 없는 대로 죽을 먹게 되면 다 같이 죽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빠니까 대충 먹고, 우울증이 심해 헛헛해서 과자나 과일들을 찾아 뭐든 먹으려 하면 몸에도 안 좋은 걸 애들 먹으려 사놓은 스낵을 먹는다고 애들 보는 데서 야단친다.

돈을 못 버는 가장은 가장의 권위 같은 건 없어진 지 오래다. 그래도 먹을 걸로 차별받으면 정말 서럽다.

어릴 때 자주 얻어먹던 친구 집에서 점심때가 되어 재민아 밥 먹었니 하는 데 무심코 먹었다고 말하고, 배에서 꼬르륵하며 침을 넘기는 울대 소리가 나자 친구 엄마가 먹었어도 조금만 더 먹으라 했다. 친구 엄마가 내가 체면 차리는 걸 안 것이다.

나비가 하도 빨리 날아서 사진을 찍기 어렵다. 잠자리도 빨리 날아 사진 찍기가 힘들다. 밴쿠버엔 매미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내 귀에선 365일 매미 소리가 난다. 나비가 몇 년의 유충 시간을 견디고 나비가 되어 오래 살지 못하는 것은 나비가 되면서 입이 없어져 먹지를 못하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본 바로는 나비도 벌처럼 꽃가루를 묻혀서 벌처럼 먹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다. 꽃이 있는 곳엔 벌도 있으니까? 그런데 입이 없어 먹지를 못한다니. 그리고 짝을 만나 짝짓기를 통해 2세를 생산하고 죽는다고 한다.

하루살이도 이틀을 사는 하루살이도 있고 한 시간을 살고 죽는 하루살이도 있다고 한다. 그들의 시간은 정말 짧은 것이다. 오래된 나무는 수백 년 아니 천년을 사는 나무도 있다. 그 생에 비하면 사람은 정말 덧없이 빨리 죽는다고 생각했다가 알에서 부화한 늑대거미가 어미 등과 몸에 딱 달라붙어 있다가 어미의 체액을 빨아 먹고 어미는 죽어 간다는 영상을 보면서 그 수많은 자식을 위해 자신을 몸을 내던지는 숭고함에 다시 생명과 삶을 생각한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사람은 모든 동물보다 뛰어나다고 했는데 사실 인간의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이 필요한 존재가 아닌 불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먹고 자고 입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해야 한다. 그런데 사회가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 세상은 여왕개미처럼 일은 안 하면 다른 인간이 일한 노력을 가로채는 사람들이 늘어 간다.

아무리 일해도 제 식구 살아갈 공간조차 마련하기 힘든 세상이 되어 가는 곳이 도시다. 과학은 발달해서 달을 가고 우주 탐사는 계속 이어진다. 평생을 캐나다 중부 시골 동네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영국에서 이민을 온 어떤 백인 아줌마는 나에게 밴쿠버는 어떻게 생겼고 거기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궁금해했었다. 어떤 사람은 세계 여행을 하면서 유튜브로 돈도 번다. 어떤 이는 밖의 세상이 무서워 집안에서 일 년 내내 밖에 나가지도 않고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인간은 동물처럼 자기가 사는 집을 짓고 사는 능력을 지녔다. 아니면 동굴에서 다른 동물을 내쫓고 살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고급스럽고 튼튼한 집을 짓고 살려고 하다 보니 집은 마천루처럼 높아지고 성경에 나오는 바벨 탑처럼 언젠가 무너질 탑을 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지금은 형체도 찾기 힘든 바벨 탑도 한때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노동자가 상상하지도 못하고 만져 본 적도 없는 가격의 돈을 가져야 집을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임대하는 집이 싸지도 않다. 한 사람이 수십, 수백 채의 집을 사서 임대를 주고 일도 안 하고 서민 등골을 빨아 먹는 부르주아가 늘어만 간다. 그러면 그럴수록 신음하는 서민들은 늘어 가고 일을 해도 희망이 없는 사람들은 약탈자와 부랑자가 되어 간다. 과거 왕조 시대에도 양반과 나라가 수탈해 간 양면들의 곡식과 재물이 많아서 결국은 떠돌이 부랑자가 되고 도적이 되어 사회가 혼란스럽게 되고 혁명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남미에선 마약으로 나라마다 공권력이 약해지고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나라가 많다. 갱단이 장악한 지역도 늘어 난다. 사람들은 살려고 갱단에 들어가고 죽어 간다.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에서 나만 우주에서 툭 떨어진 것 같다. 많은 차가 왔다 갔다 하는 도록에서 나는 이방인처럼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들은 신발을 벗고 선 나를 쳐다본다. 신호등에서 기다리는데 어린 초등학생이 내 발만 쳐다본다. 더 어린아이는 할머니한테 저 할아버지 신발도 없어 한다. 할머니 왈, 베어 풋으로 걷는 거라고 말해 준다. 말을 해줘도 아직 이해하지 못한 아이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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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민(Terry)
캐나다 BC주 밴쿠버에 사는 ‘셰프’이자, 시인(詩人)이다. 경희대학교에서 전통 조리를 공부했다. 1987년 군 전역 후 조리 학원에 다니며 한식과 중식도 경험했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양식을 조리한다. 법명은 현봉(玄鋒).
전재민은 ‘숨 쉬고 살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한다. ‘나 살자고 한 시 쓰기’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감동하는 독자가 있어 ‘타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밥만으로 살 수 없고, 숨만 쉬고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라고 전재민은 말한다. 그는 시를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다. 종교인이 직업이지만, 직업인이 되면 안 되듯, 문학을 직업으로 여길 수 없는 시대라는 전 시인은 먹고살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때로는 거미가 거미줄 치듯 시가 쉽게 나오기도 하고, 숨이 막히도록 쓰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가 나오지 않으면 그저 기다린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시를 쓴다.
2017년 1월 (사)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2017년 문학사랑 신인 작품상(아스팔트 위에서 외 4편)과 충청예술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사랑 회원이자 캐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밴쿠버 중앙일보 명예기자이다. 시집 <밴쿠버 연가>(오늘문학사 2018년 3월)를 냈고, 계간 문학사랑 봄호(2017년)에 시 ‘아는 만큼’ 외 4편을 게재했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밴쿠버 중앙일보에 <전재민의 밴쿠버 사는 이야기>를 연재했고, 밴쿠버 교육신문에 ‘시인이 보는 세상’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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