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주지와 명품 주지
짝퉁 주지와 명품 주지
  • 윤남진 교단자정센터 정책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08.10.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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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직불금 불법수령 문제로 국회와 정치권이 시끄럽다. 

  쌀직불금이란 정부가 쌀 재배 농가의 소득을 일정 수준으로 보장하기 위해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쌀 산지 가격이 목표가격보다 낮으면 그 차이의 85%를 현금으로 보전하는 제도라고 한다. 그런데 쌀농사를 짓지 않고 쌀직불금을 받은 공직자가 4만 여명에 넘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민의 녹을 먹고사는 공직자들이 직위의 높고 낮음이 없이, 국회의원과 차관에서부터 말단까지 두루 받았다고 하고, 변호사, 의사 등 형편이 좋고 직업이 멀쩡한 사람들도 염치없이 받았다고 한다. 개별 최고 수령액(법인 51억원, 개인 1억6천만원)을 받은 이도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농민의 텅빈 곳간에 그나마 남겨둔 씨종자마저 털어가는 이런 파렴치한 범죄행위가 이처럼 많은 이들 사이에서 벌어졌는데도 나라가 멀쩡한 것이 이상할 정도다. 황금으로 불타는 들판이 횃불로 타오를  판이다.

   본 센터에서는 현재 문제사건 하나를 조심스럽게 조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사건의 내용이 복잡하지 않은 것이어서 가볍게 출발했는데 조사를 진행 할수록 점입가경이다. 문제의 요지는 공찰의 주지가 정작 임명을 받은 사찰의 관리는 소홀히 하면서, 같은 지역에 사설사암을 번듯하게 짓고 있다는 것이다. 산내 암자는 허물어지도록 방치하면서 말이다. 

  문화재사찰이나 관람료사찰, 많은 신도대중을 거느린 공찰의 주지는 그 어떤 주지들보다 청렴해야 하고 투명하게 사찰을 성실히 관리,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 노블리제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사회적 책임)가 실현되고, 종단의 기강이 선다.

  사설사암 문제만이 아니다. 전임 주지가 사찰부동산을 부실하게 관리하거나 임의로 처분하는 등으로 해먹고 나가면 후임주지가 각종 송사를 통해 그 땅을 다시 찾으려 안간힘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에서는 최근 사찰부동산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종령’ 수준을 넘는 강화된 <사찰부동산관리법>을 제정하려 한단다. 긍정적인 신호다.
 
   공찰주지를 맡아 한몫 챙겨서, 소임을 살던 공찰보다 더 크고 번듯한 사설사암을 지어 아예 사유화하거나 아니면, 사설사암으로 등록하여 현행 종법에 의해 삼대(三代)까지 주인을 보장받음과 더불어 종단 공직 진출을 제한받지도 않으려는 ‘주지’가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많은 ‘주지스님’들이 있다.
  보도에 의하면 해인사 주지스님은 4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서 4년 전 27억 원이었던 부채를 모두 갚고, 24억 원의 현금을 적립해 놓고 깨끗이 본사주지 임기를 만료했다고 한다. 한 분의 바른 마음을 가진 주지스님이 이처럼 중요하다. 

  해인사의 경우 불투명한 운영을 하기로 했다면 27억 원의 부채를 고스란히 후임주지에게 물려주고, 현금까지 합쳐 도합 51억 원을 꾸준히 챙겨서 아방궁 같은 사설사암을 번듯하게 짓고, 종권과 금권을 누리면서 백세를 수하실 수 있다는 얘기가 되니, 참으로 양심적인 주지스님 만난 것이 천만다행이다.

  강북의 화계사나 강남의 봉은사가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공개한 것은 이미 오래전에 기사화 되었다. 본 센터의 최근 미담 제보에 의하면 종단의 이런저런 내홍으로 징계를 받은 어느 스님이 크게 사찰을 일궈서 종단에 사찰의 토지와 재산을 등록했다고 한다. 징계를 받았으니 공찰주지나 돈 많이 생기는 몫 좋은 사찰주지 자리는 꿈에도 꾸지 못하였을 것인데도, 이렇게 큰 사찰을 일궈내고 또 종단에 양심적으로 등록하는 정말 ‘주지스님’도 있다. 
 
  올해 4월의 보도에 따르면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08년도에 118억7000만 달러로 아시아 9위, 세계 58위라고 한다. 118억7000만 달러를 오늘(08년 10월 18일) 환율1,310원으로 환산하면 15,549,700,000,000원이다. 조계종의 브랜드 가치는 비록 물질적 수치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정신적으로 보면 1,600여년에 빛난다. 조계종은 장자종단으로서 한국불교를 대표한다. 조계종의 모든 스님들은 ‘조계종’이라는 브랜드를 공짜로 쓰는 분들일 뿐만 아니라 ‘조계종’ 브랜드의 현실가치를 좌우하는 분들이다. 특히 공찰의 주지스님이나 교단의 공직소임자 스님들은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최대한의 ‘공심’을 가져야 한다. 공동체를 지키고자 하는 사회적, 종단적 책임의식이 절실하다. 

  최근 들리는 말에 의하면, 주지큰스님입네 하면서 종교차별을 시정하기위한 호법활동은 게을리하면서 제 살길 찾기에 바쁜 분들도 계시다고 한다. 겉모양만 유명 브랜드를 본뜬 제품을 세상에서는 ‘짝퉁’이라고 한다. ‘짝퉁’으로 전락하는 삶을 살지 않고, ‘진품=명품’으로 소임을 다하는 제방의 주지스님들께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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