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정기간행 학술지 《미술자료》 제104호와 《박물관 보존과학》 제30집, 《고고학지》 제29집을 최근 발간했다.
미술사학 전문 학술지인 《미술자료》 제104호에는 연구논문 4편이 실렸다.
그중 강건우 국립익산박물관 학예연구사의 <성주사 창건과 철불 조성 연구>는 9세기 선종 승려의 비문과 문헌 기록, 발굴자료 등을 근거로 성주사(聖住寺)의 창건 배경과 주존으로 봉안했던 철불의 원형, 봉안 장소를 추정한 논문이다. 성주사 철불은 현재 2구가 남아있는데, 강건우 학예연구사는 손가락·발가락 편이 포함된 국립부여박물관 소장 철불 편 7점과 대좌의 크기를 비교해 주존불은 금당에 봉안된 대형 노사나불상이고, 다른 1구는 삼천불전에 봉안된 중형 불상으로 추정했다.
이준광 리움미술관 학예연구원의 <고려 후기 범자 진언명 상감청자의 해석과 의미>는 기존에 ‘범자(梵字)명 상감청자’로 불리던 일군의 상감청자가 왕실 혹은 그 영향력이 미쳤던 사찰에서 행해진 죽은 자를 위한 의식의 단(壇)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한 논문이다. 이준광 연구원은 고려 왕실용 청자 생산지로 알려진 강진 사당리 23호 요지와 ‘가’ 구역에서 출토된 ‘범자 진언명 상감청자’의 제작 시기를 13세기 말∼14세기 전반으로 편년하고, 이를 고려 후기 사회에 밀교(密敎)가 널리 확산하였던 증거로 해석했다.
남동신 서울대 교수의 <원각사종에서 보신각종으로 ―조선시대 탈불교화의 일례>는 원각사종의 성격이 바뀐 과정을 역사적 관점으로 접근한 논문이다. 세조가 원각사를 창건하면서 조성한 원각사 범종은 연산군 대인 1504년 원각사가 폐사된 후 1536년 남대문으로 옮겨졌다. 이후 1594년까지 방치되었다가 1619년 종루종(훗날의 보신각종)으로 변화하여 조종(朝鍾)의 역할을 했다. 남 교수는 이 과정에서 원각사종의 불교적 요소에 인위적인 훼손이 가해졌음에 주목하고, 원각사종(범종)에서 보신각종(조종)으로의 변신은 종소리의 상징성이 부처의 소리에서 임금의 소리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또 이것은 조선 전 시기에 걸쳐 거의 모든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난 ‘불교 지우기’를 보여주는 것이라 결론지었다.
보존과학 학술지인 《박물관 보존과학》 제30집에는 총 7편의 논문이 수록됐다. 그중 유지아·이명성(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과학연구실), 이은우(문화재청 세계유산 정책과)의 <경주 남산 약수곡 제4사지 출토 석재 불두의 암석학적 특징과 옻칠 도금 재료 분석>은 불두의 오른쪽 얼굴 일부분에서 발견된 금박과 검은색 접착제의 재료 특성을 분석해 당시 도금 기법을 조사한 논문이다. 논자들은 조사에서 약수곡 제4사지에서 출토된 석재 불두가 인근 석조불좌상에서 분리된 것이며, 금박을 부착하기 위해 옻나무에서 채취한 옻 수액을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
고수린·박진호·이수진(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의 <초분광영상 분석을 활용한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의 과학적 조사>는 초분광영상(HyperSpectral Imaging, HSI) 분석 등 과학적 방법을 사용해 불이선란도에 찍힌 인장(印章) 15과(顆)와 재료적 특성을 분석한 논문이다.
《고고학지》 제29집은 고구려 특집호로 꾸몄다. 고구려의 도성제와 영토 확장, 고분벽화를 다룬 논문 3편과 ‘광개토대왕릉비 관련 중국 자료’를 역주한 자료 1편이 수록됐다.
《미술자료》와 《박물관 보존과학》, 《고고학지》는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 ‘학술·출판 - 정기간행물’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