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살라에 이르는 길

인도 인구의 2%인 시크교도 대부분은 펀잡주에 몰려 산다. 펀잡지방은, 히말라야의 눈 녹은 물이 흘러드는 인더스강 유역이어서 비옥한 농토를 가지면서도, 갠지스강의 상류 지역에 가까이 있어서 교역에 유리하다. 그 경제적 위치로 인해 역사적으로 일찍 부를 축적해온 곳이다.
이 지방에서 수백 년 전 힌두교의 개혁 세력이 나왔고 계급철폐를 기조로 하는 별도의 교리와 종파로 시크교가 창립되었는데 현재에 이르기까지 탄압도 많이 받았다. 특히 독립과정에서 파키스탄으로 편입된 지방에서는 많은 사람이 죽기도 하였다. 1980년대에는 강경파 시크교도가 인도 정부로부터 탄압받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들로부터 평화를 갈망하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차를 세워놓고 필자를 기다렸다. 그동안 소문이 난 것인지 걸어가는 자가 한국인인 것까지 알고서 기다린 듯하다. 맨 오른쪽 분이 운전자이자 리더다. 영어도 아주 유창해서 오히려 필자가 당황했다. 팜플렛의 내용까지 순식간에 소화하더니 순례에 대해 상세히 묻는다. 뜻하지 아니한 즐거움이다. 이분들 중에는 힌두교 쪽 여인도 있다. 이 지역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은 듯하다. 이들은 필자에게 성공적인 순례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손을 모은다. 필자도 감사의 합장을 했다.


드디어 마지막 닷새 코스다. 히말라야산맥 쪽으로 방향을 틀어 일주일 동안 Dharamshala로 올라간다. 거리는 112km, 해발 1,700여m의 고지다. 해발은 높지 않지만, 고개를 여러 번 오르내려야 한다. 지도 중간에 있는 호수가 멋있어 보인다. 그쯤에서 하루 쉬면서 둘러봐야겠다.
구글 지도는 지형도 실감 나지만 경로의 높낮이도 순식간에 표시해준다. 필자는 그동안 순례 과정에서 구글 지도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얼마 전에 인도를 여행 중인 나이 지긋하신 독일인을 기차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는 커다란 지도를 접어서 가지고 다녔다. 종이지도도 나름의 장점은 있지만 필자의 경우는 그 많은 종이지도를 갖고 다니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을 터이다. 손안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지구상의 모든 장소를 순식간에 검색할 수 있는 지도 기술 시대에 순례하게 된 것이 천만다행이다. 특히 GPS의 실용화로, 통신할 수 없는 지역도 인공위성에서 현재위치만큼은 지도상에 실시간으로 표시해주니 길 잃을 염려가 없는 것이 무엇보다 큰 안전장치다. 기술 시대의 혜택에 감사하고 싶다.




히말라야를 오르면서 지형정보를 검색해보니 이 지도가 눈에 뜨인다. 2019년의 소식인데, 지난 17년간 지구상의 녹엽지가 아마존 우림 면적만큼이나 늘었다고 한다. 그 주된 이유가 중국과 인도 같은 인구 대국에서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이 지도분석 결과에서 나왔다는 것. 보도된 기사는,
기사: 지구 녹지면적, 17년 새 '아마존 열대우림 크기' 늘었다
이 기사의 요점은 "중국은 도시화로 산과 들에 숲을 보호하고 확대하려는 노력을 통해 달성됐지만, 인도 기여분의 80%가량은 집약 농업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 지혜만 가동된다면, 인구증가가 지구환경에 마이너스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주목된다.









다람살라를 하루 앞둔 어느 작은 도시에 도착하니, 테러에 분노한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며칠전인 2월15일에 파키스탄과의 접경지역 카슈미르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인도 무장경찰 46명이 사망했다는 것. 양국 사이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양국 간 분쟁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하지만 테러는 전쟁이나 다름없다. 근절되어야 한다.
핵발전소도 테러다. 얼마 안 되는 에너지생산을 빌미로, 사고의 위험은 물론이고, 대책 없는 핵쓰레기를 양산하여 후손들에게 두고두고 위협을 가하는 테러다. 인류와 뭇생명에 대한 소리 없는 테러다.
/ 이원영 수원대 교수, 한국탈핵에너지학회 부회장 leewysu@gmail.com
* 이 글을 한겨레온에도 실렸습니다.